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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이름으로 혐오·증오 가르친다..누굴 위한 5·18 교육인가 [배훈천이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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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선 5.18 교육의 일환으로 이른바 '전두환 치욕 동상' 모욕하기가 펼쳐진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 행사가 한창이던 2020년 5월, 한 광주시민의 울분에 찬 항의 전화 한 통이 SNS를 뜨겁게 달구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했다가 파손된 후 수리해 다시 광주 5·18 민주광장에 설치한, 이른바 ‘전두환 치욕 동상’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행사 주최 측은 뿅 망치를 매달아 동상 머리를 내려치도록 유도했고, 실제로 몇몇 학생은 오물을 끼얹거나 발길질하는 장면을 인증 샷으로 올리기도 했다. 항의 목소리의 주인공인 이 광주시민은 "산수동에 사는 학부모"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왜 학생들이 전두환 전 대통령 머리를 때리면서 폭력성과 증오심을 키워야 하느냐, 이래서야 어떻게 광주에서 아이를 키우며 살 수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격정적인 전라도 사투리로 당시 화제가 됐지만 정작 이 시민을 격동시킨 5·18 교육 문제는 공론화하지 못하고 스러졌다.

지난 2019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지법에 출석한 날 “전두환은 물러가라”를 외친 초등학생들을 격려하는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의 페이스북 내용. [프리랜서 장정필]

2019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전 전 대통령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으러 광주지방법원에 출석하자 광주 동산초등학교 학생들이 단체로 ‘훌라송’ 노래에 맞춰 “전두환은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쳤다. 천진난만한 초등생 행동이라 하기엔 너무 정치적이라 광주의 5·18 교육이 분노와 증오를 자극하는 방향으로만 치우쳐있지는 않은지, 또 일방적인 피해의식을 주입하는 방식은 아닌지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일부 단체가 해당 초등학교에 몰려가 사과를 요구하는 집회를 하면서 상황은 이상하게 꼬였다. ‘전두환 추종세력의 초등학생 겁박’ 논란으로 비화해 5·18 교육에 대한 성찰의 기회가 사라졌다. 오히려, 이 사건 후 광주시 교육감이 해당 학교 5~6학년 학생 135명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집체식 계기 교육을 하는 등 기존 5·18 교육은 더욱 공고해졌다.
전교조에서 5·18 분과장을 맡고 있다는 한 현직 초등학교 교사는 5·18 묘역에 방문하는 학생 중에 전두환 비석을 과격하게 밟으면서 욕설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는 “교사 입장에선 이런 혐오의 감정이 확산하지 않으면 좋겠다”면서도 “전두환은 많이 아프면서 오래 고통 속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혐오성 발언을 하기에 거리낌이 없다. 유력 대선 후보들조차 5·18 묘역을 방문할 때면 사상 검증하듯 전두환 비석을 밟고 지나가고, 또 이게 주요뉴스가 된다. 5·18의 이름으로 혐오와 증오를 가르치고, 5·18의 이름으로 사상의 자유를 유린하는 지독한 역설이 일상이 된 셈이다.

지난해 10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5.18 구묘역(민족민주열사묘역)을 참배하기 위해 입장하며, 묘역 입구 땅에 박힌 전두환 비석을 밟고 서 있다. [연합뉴스]

광주시 교육청은 관내 초·중·고 모든 학교에 연간 2시간 이상 5·18민주화운동 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대부분 5월 18~27일 기념 교육주간에 계기 교육 형태로 실시한다. 지난해 5·18민주화운동 기념 계기 교육 실시안에 따르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포함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현수막 게시, 계기 수업이 필수다. 여기에 주먹밥 먹기 체험 활동과 5·18 관련 주요행사 참여 등이 포함돼있다. 일선 학교에서의 5·18 교육은 공수부대 만행을 재현한 공연이나 영화 관람, 5·18 기념관 방문 등이 주를 이룬다. 5·18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지 25년이 지나고 5·18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5·18 교육은 보편의 가치인 민주주의 교육으로 승화하지 못하고 1980년 5월의 피해에만 갇혀있다.

20~30대 청년들에게 518을 처음 접한 기억을 물으면 대부분 "5·18의 참혹한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이라며 "성인이 되어서도 잊히지 않는 충격"이라고 대답한다. 이들은 그나마 간접경험 세대지만, 50대 이상의 광주시민은 5·18을 직접 경험한 세대로서 크고 작은 트라우마를 견디며 살아간다. 고립된 도시에 밤마다 들려오는 총소리와 그에 맞춰 덜덜덜 떨리던 창문 소리의 공포가 여전히 생생하다. 해마다 아카시아 꽃향기가 코끝을 스칠 때면 전남대병원 영안실과 상무관에 줄지어 늘어서 있던 시신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이런 5·18 직접경험 세대의 트라우마는 제도권 교육을 통해 현재까지도 간접경험 세대에게 재생산된다. 그리하여, 80년대 투쟁구호가 2022년 초등학교 교정에서 울려 퍼지고 도심 광장에 설치한 흉물을 발로 차고 때리는 원시적 분노표출이 이어진다.

5·18은 민주화 운동이고 5·18 정신은 곧 실질적 민주주의이다.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약자를 배려하면서 대의제와 법 앞의 평등을 구현하는 게 실질적 민주주의이다. 이러한 실질적 민주주의는 조화와 통합을 목적으로 하지 대립과 갈등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이런 보편타당한 민주주의 사상이 5·18 교육의 주류를 차지하지 못하고 트라우마를 재생산하는 비교육적인 교육에 자리를 내어준 건 지배 엘리트가 5·18을 사유화한 탓이다. 5·18 교육을 주도하는 파워 엘리트들은 5·18을 역사적 사건으로 객관화하면서 화해와 용서, 조화와 통합의 정신으로 승화하지 못하고 대립과 갈등, 증오와 투쟁의 도구로만 이용한다. 사랑한다면, 현재를 잘 살아가며 아픔을 승화하고자 하지 시시때때로 아픔을 헤집지 않는다. 사랑한다면, 슬픔과 분노를 흘려보내고 5·18이 지켜낸 생명 존엄과 자유 존중의 가치를 드높일 거다. 사랑하기보다는 이용하려는 세력, 즉 5·18을 사유화한 세력의 존재를 빼놓고는 5·18 교육의 현실을 이해할 수 없다.

5·18을 사유화한 정치세력은 5·18을 내세워 상대진영을 악마화합으로써 손쉽게 지지를 얻는다. 지배 엘리트를 구성하는 교사, 지식인, 활동가들은 공동체주의라는 공감대 아래 5·18 교육을 집단주의 의식화 교육의 장으로 활용한다. 그 결과 5·18은 1960년대생 35년 차 시민사회 활동가조차 다음과 같이 평가할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2020년 광주 동구 5·18 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사무실에서 행사위 관계자들이 코로나19로 온라인으로 전환된 5·18기념행사를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80년 당시 5·18은 세계적인 5·18이었어요. 그런데 90년대의 5·18은 대한민국의 5·18로 줄어들고, 2000년대 5·18은 광주만의 5·18이 되어버렸어요. 열린 광주가 되지 못한 폐쇄적인 광주가 우리를 좀먹고 있는지도 몰라요.”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오월을 묻고 광주를 듣다』에서)

우리 아이들이 5·18의 아픔을 넘어, 광주의 고립을 넘어 자유롭고 풍요로운 세상을 즐길 수 있기를 염원한다. 이를 위해서는 5·18을 사유화한 지배 엘리트의 각성이 필요하다. 아울러, 지배 엘리트의 위세에 눌려 침묵하고 있는 다수의 시민이 저마다 존엄한 개인의 목소리를 내어 5·18을 사유화하고 있는 폐쇄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지배 엘리트를 교체해나가야 한다.

■ [광주 전교조의 공식반박]독일도 아우슈비츠 학살을 반복 교육한다

「 광주에선 모든 학생이 의무적으로 받고 있는 5·18 교육이 보편적인 민주주의 교육으로 승화하지 못하고 분노와 증오를 자극하는 데 치우쳐있다는 배훈천 광주 카페 사장의 칼럼에 대해 김동혁 전교조 광주지부 대변인이 공식 반박하는 글을 보내왔습니다. 전문은 중앙일보 사이트 나는 고발한다 섹션(www.joongang.co.kr/series/11534)에서 볼 수 있습니다.

배훈천 광주 카페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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