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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부장검사 김오수 총장 정면 비난 "거북이·타조 마냥 침묵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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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에 대한 입장 공개 질의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현직 부장검사가 김오수 검찰총장 등 검찰 고위 간부들을 향해 현 정부가 추진해온 '검찰개혁'에 대한 입장을 밝혀줄 것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추진하기 위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사보임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검찰 내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 부장검사(사법연수원 32기) 8일 오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소위 검찰개혁에 관한 총장님, 고검장님들 입장이 궁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과거 검찰 직접 수사의 확대와 그 과정에서 이를 이용하려는 정치세력의 입김을 선배들이 단호히 거부하지 못한 모습을 직접 목도했기에 2017년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종전의 운영방식에 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어느누구보다 강했다"며 "하지만 지난 수년간 진행돼 온 소위 ‘검찰개혁’은 저를 비롯한 검찰 구성원들이 기대했던, 정치세력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숙련된 외과의사와 같은 솜씨로 필요한 수사를 해내는 그런 검찰을 만들 수 있는 개혁이 아니었다"고 했다.

이 부장검사는 "권상대 부장의 글을 보니 검찰의 수사권 자체를 아예 박탈해 앞으로는 거악이건, 소악이건 수사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만드는 방안이 현재 추진 중이라고 한다"고 여당의 검수완박 추진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최근 수년간 지방과 수도권에서 형사부장으로 근무해오면서 소위 검찰개혁의 결과로 산출된 현 제도의 운영에 관여하게 됐다"며 "사기를 당해서 고소를 해도 검찰과 경찰을 오가면서 1~2년씩 시간이 경과돼 그 과정에서 증거가 산일되게 되고 여러면의 사기단을 동시에 고소하더라도 하나의 사건이 송치사건, 수사중지 사건, 불기소 기록 등으로 쪼개져서 실체발견이 요원해지는 현실을 가슴 아프게 지겨봤다"고 밝혔다.

이어 "형사사법제도의 파트너로서 경찰을 존중한다. 많은 경찰관들께서 밤낮으로 얼마나 애를 스시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현실에서는 담당 경찰관 1인에게 모든 부하가 걸려서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고, 결국 그로 인해 사건처리가 지연될 수밖에 없고 담당자가 경험이 많지 않는 경우가 빈번한 상황에서 노련한 사기꾼들의 속임수를 밝혀내기가 과거보다 어려워졌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일선 수사 현장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이 부장검사는 "저희 검찰은 총장님을 중심으로 경륜이 높으신 고검장님들의 중지를 모아 어려운 현안에 관한 대응방안을 마려해온 전통과 관행이 있었다"며 "실제로 어려운 시기에 그와 같은 방식으로 해법을 도출하고 국민들께 설명드려온 전례가 많다"고 했다.

그는 "소위 '검찰개혁'과 관련해 현 총장님께서는 법무차관으로 현재의 제도 설계에 직접 관여하신 분이고, 고검장님, 검사장님들 중 다수는 총장님께서 차관으로 검찰개혁 과정에서 역할을 하실 때 옆에서 함께 도우신 분들이다. 그리고 지금 대검에도 기조부를 이끄는 기조부장님 등을 비롯해 여러 간부님들이 총장님의 검찰개혁 관련 업무수행을 보좌하고 계신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일개 부장검사급인 과장이 분을 토하며 글을 올릴 지경까지 돼도 총장님, 고검장님, 검찰국장님, 기조부장님 등 그 직을 담당하시는 분들이 조용조용 어디서 뭘 하시는지 모르고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고 토로했다.

이 부장검사는 "‘내 목을 쳐라’고 일갈하시던 모 총장님의 기개까지는 기대하지 못하겠습니다만, 현 정부 들어 기조부장으로 그 역할을 수행하시다가 ‘도저히 이건 아니다’라고 하시며 사의를 표하신 문모 검사장님 정도의 소극적인 의사표현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일갈했다.

마지막으로 이 부장검사는 "아니면 차라리 검수완박은 시대적 소명이라고 입장을 표명하시고, 검찰 구성원들을 설득이라도 해주시던가요. 부는 바람을 등에 맞고 유유히 앞으로 나가면서 ‘왜 너는 느리게 가느냐’라고 비웃으실 때는 언제이고, 바람이 앞에서 역풍으로 부니, 껍질에 목을 넣는 거북이 마냥, 모래 구덩이에 머리를 박는 타조 마냥 사라져 버리시는 분들을 조직을 이끄는 선배로 모시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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